책을 읽을 땐 감탄도 하고, 밑줄도 긋고, 때로는 깊은 감동도 느낀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고 나면 그 감동이 어디로 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책 제목은 떠오르지만, 그 안에 있던 문장이나 메시지,
내 삶에 어떤 의미였는지는 흐릿해진다.
많이 읽었지만, 내 것이 된 책은 없다.
그런 나에게 전환점을 준 방법이 하나 있었다.
바로 ‘한 권을 3번 읽는 느림 독서법’이다.
처음엔 비효율적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실천을해 보니,
책이 내 안에 쌓이고, 사고가 확장되며, 삶과 연결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많이 읽는 것보다 깊이 읽는 것의 가치,
그것을 진심으로 느낀 건 바로 이 3회독 느림 독서를 실천한 이후부터였다.
첫 번째 읽기: ‘흘러가듯 전체를 느끼기’
첫 번째 읽기는 책을 처음 만나는 시간이다.
이 단계에서는 디테일에 집중하기보다 전체적인 흐름과 작가의 목소리, 톤, 주제를 느끼는 데 집중한다.
나는 처음 읽을 때 줄을 긋지도 않고, 메모도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종이책의 감촉과 문장 리듬, 챕터 간의 흐름에 귀를 기울인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건 ‘내용을 이해해야 한다’는 압박을 내려놓는 것이다.
그저 천천히, 작가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며 흘러가듯 읽는다.
이렇게 읽으면 의외로 마음이 편안해지고, 책에 대한 첫 인상이 선명하게 남는다.
느림 독서의 첫 번째 읽기는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감각이다.
감정을 동반한 읽기이기에, 어떤 문장이 나를 찌르고, 어떤 흐름이 내 경험과 맞닿아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체감할 수 있다.
이 흐름 속에서 ‘다시 보고 싶은 장면’들이 생긴다.
그것이 바로 2회독의 시작점이 된다.
두 번째 읽기: ‘머무르며 곱씹기’
두 번째 읽기부터 본격적인 느림 독서가 시작된다.
처음 읽을 때 눈에 띄었던 문장에 머무르고, 중요한 문단은 몇 번씩 다시 읽는다.
이 단계에서는 손에 펜을 들고 메모를 시작한다.
문장 옆에 느낌표를 그리기도 하고, 떠오른 질문을 여백에 적는다.
‘이 말은 왜 이렇게 와닿을까?’, ‘이 개념은 내 삶과 어떤 연결이 있을까?’
이런 질문이 사고를 확장시키고, 독서를 단순한 정보 소비가 아닌 사유의 시간으로 바꿔준다.
문장을 필사하거나 노트에 따로 옮겨 적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느리게 읽는 만큼, 감정도 더 정교하게 느껴지고,
생각도 구체적으로 정리된다.
내 경우엔 이 2회독 때 삶과의 연결 지점이 확실히 생기고,
그 문장을 현실에서 어떻게 살아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된다.
이런 독서 후 남는 기록은 오래 기억에 남고,
책을 마친 후에도 다시 꺼내 읽을 수 있는 나만의 철학 노트가 된다.
세 번째 읽기: ‘내 삶에 적용하고 나만의 언어로 정리하기’
세 번째 읽기는 ‘실천을 위한 독서’다.
이제는 이미 책 내용이 익숙해졌고, 문장에 대한 감정도 충분히 경험했다.
그렇다면 다음 단계는 이 책의 내용을 내 삶에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를 구체화하는 작업이다.
이 단계에서 나는 ‘실행 노트’를 작성한다.
책에서 얻은 통찰 중 지금 내 삶에 가장 필요한 것 3가지를 뽑고,
그것을 어떻게 행동으로 옮길지 작은 루틴으로 계획해 본다.
예를 들어 ‘감정 앞에서 멈추는 힘’이라는 문장을 읽고,
“감정이 올라올 때 3초 멈춘 후 반응하기”라는 실천 문장으로 바꿔본다.
또는 ‘삶은 완벽이 아니라 충실함으로 채워진다’는 메시지를
내 일상에서 “오늘 하루 단 한 가지에 집중하는 태도”로 실천한다.
이렇게 실천까지 연결된 독서는 결국 ‘읽은 책’을 ‘사는 책’으로 바꿔준다.
세 번째 읽기 이후에는 그 책이 더 이상 단순한 텍스트가 아니라
내 사고, 행동, 습관 속에 녹아든 삶의 일부가 된다.
많이 읽는 것보다, 하나를 살아내는 경험이 중요하다
처음 이 방식을 시작했을 때, ‘세 번이나 읽어야 한다니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렇게 읽은 책 한 권은
과거에 한 달 동안 다섯 권을 읽었던 것보다 훨씬 오래 기억에 남고, 더 큰 변화를 만들어주었다.
많이 읽는 것은 넓이를 준다.
그러나 깊이는 ‘반복’에서 생긴다.
한 권을 3번 읽으며 반복한 문장은 나의 문장이 되고,
그 문장에서 탄생한 생각은 나의 철학이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한 권의 책’은 시간이 지나도 휘발되지 않고,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더 단단한 기둥처럼 내 안에 자리 잡는다.
이제 나는 한 달에 1권을 읽더라도,
그 책을 3번 읽고, 3가지 질문을 만들고,
3가지 행동으로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 책이 나를 바꾸면, 나는 충분히 잘 읽은 것이다.
그리고 그런 책이 한 권, 두 권 쌓이다 보면
비로소 책이 아닌 ‘삶’이 바뀌게 된다.
그것이 바로 느림 독서, 특히 3회독의 진짜 힘이다.
책을 3번 읽는 건 결코 시간낭비가 아니다.
오히려 단 한 권의 책을 제대로 읽는 가장 깊은 방식이다.
처음은 감정으로, 두 번째는 사고로, 세 번째는 실천으로.
이 3단계가 완성될 때, 우리는 책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책과 삶이 연결되는 진짜 독서를 하게 된다.
느림 독서는 더디지만, 확실하게 나를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느림의 정점은 바로, 한 권을 세 번 읽는 데 있다.
그렇게 읽은 책은 더 이상 지나가지 않고,
내 안에 머물고, 움직이고, 결국 나를 다시 쓰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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