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나는 다독을 자랑처럼 여겼다. 서점에서 신간을 사서 쌓아놓고, 한 달에 몇 권을 읽었는지 숫자로 기록했다. SNS엔 ‘이번 달 독서 리스트’를 올리고, 책장을 꽉 채운 내 모습에 뿌듯해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이상한 공허함이 남기 시작했다. 분명 책은 많이 읽었는데, 내 삶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감정도 사고도 깊어지지 않았고, 인간관계나 일상의 선택에도 아무런 흔적이 남지 않았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나는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소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부터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더 많이가 아니라, 더 깊이 읽는 독서를 선택하기로. 그렇게 시작된 느림 독서는, 내가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생각하는 시간’과 ‘변화의 시작점’을 다시 되찾게 해주었다. 다독의 착각: 읽었다고 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