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3 2

한 문장에 하루를 묻다

어떤 날은 말이 너무 많다. 머릿속에도, 휴대폰 화면에도, 사람 사이에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까지 끝없이 말해야 하고, 나를 표현하지 않으면 사라질 것 같은 불안에 하루 종일 시달린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런 날일수록 나는 한 문장을 찾는다. 두 페이지가 아니라, 두 권이 아니라, 오직 한 줄이면 충분한 위로가 되는 그 문장을. 눈에 띄지 않는 문장, 누구는 그냥 지나칠 그 말이 내게는 하루를 통째로 안아주는 것이다. 느리게 읽는다는 건 바로 그 한 줄을 찾아 나서는 일이다. 책장을 넘기다 멈춘 그 문장 앞에서 나는 종일 마음을 앉히고, 내 삶의 방향을 다시 묻는다. 단 하나의 문장이, 그날의 나를 설명해줄 수 있다면, 그 하루는 결코 헛되지 않았다. 책 속 한 줄이 내 마음을 대신 말할 때 우리..

느림 독서 2025.07.03

느림의 독서, 깊이의 인생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를 만큼 바쁜 세상이다. 스마트폰의 알림은 몇 초 간격으로 울리고, 우리는 무엇이든 빠르게 판단하고 처리해야 한다. 점심도 빠르게, 대화도 빠르게, 사랑조차 속도로 증명받는다. 이런 시대에 '느림'이라는 단어는 때로 무능이나 낙오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책 앞에 앉을 때마다 깨닫는다. 느림은 게으름이 아니라, 깊이 있는 감각을 되찾는 하나의 방식이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느리게 읽는다. 빠르게 넘길 수도 있는 페이지를 머물러 곱씹는다. 한 문장의 울림을, 한 단어의 떨림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렇게 느리게 읽는 독서는 나의 삶을 바꾸었다. 아니, 내 삶을 깊어지게 만들었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문장이 아니라, 사람을 읽는 시간 느린 독서의 가장 큰 매력은 ‘문..

느림 독서 2025.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