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 우리는 책을 ‘얼마나 많이’ 읽었는지를 하나의 지표처럼 여긴다. SNS에는 ‘한 달에 10권 읽기’ 챌린지가 넘쳐나고, 서점가에는 속독법이나 초고속 독서 훈련에 대한 책들이 여전히 인기다. ‘정보는 빠르게, 독서는 효율적으로’라는 구호 아래, 책도 콘텐츠처럼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 한동안 그 흐름 속에 있었다. 하루 한 권을 읽어보겠다며 요약 앱을 활용하고, 책을 ‘읽는다기보단 훑는’ 방식으로 처리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허무했다. 책은 쌓여갔지만, 마음에 남는 문장은 없었고, 지식은 늘었는지 몰라도 지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때 나는 질문을 던졌다. “나는 정말 책을 읽고 있었던 걸까?” 그리고 그 질문은 나를 ‘느림 독서’라는 세계로 이끌었다. 속독과 다독이 빠뜨리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