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치고 책을 많이 읽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 나 역시 다독가에 가까웠고, 책장에서 책이 늘어날수록 뿌듯함도 느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그 수많은 책들 중 내 삶에 정말 ‘남아 있는 책’은 몇 권이나 될까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분명 읽은 책은 많았는데, 누군가 “당신 인생의 책은 무엇인가요?”라고 물으면 한동안 침묵하게 되는 나를 발견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책을 ‘통과’했지, 책과 ‘머무르지’ 않았다는 것을. 그런 나에게 변화를 준 건 ‘느림 독서’였다. 천천히 읽고, 생각하고, 느끼며 책과 관계를 맺기 시작하였고, 몇몇 책은 단순한 정보가 아닌 삶의 장면으로 기억되기 시작했다. 느림 독서는 책을 남기기 위한 방식이 아니라, 책이 삶에 오래 남도록 도와주는 유일한..